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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에 딱 한 번 찾아오는 사랑 - Love is Magic / Newton Family (러브 이즈 매직 / 뉴튼 패밀리)

지난 포스팅 Smile Again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헝가리 혼성그룹 뉴튼 패밀리는 그렇게 1980년부터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럼에도 국내의 팬들을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없었습니다.

데땅트 & 뉴튼패밀리

매/소 냉전 시기이기도 했지만, 1981년에 일본까지 콘서트 투어를 다녀갔던 것을 보면 국제정세보다는 이제 막 태동한 군사정권의 험악한 분위기가 더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습니다.

당시 우리가 세계를 보는 시각은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일단, 모든국가를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또는 공산주의)'로 양분한 후 저 쪽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금지시켰습니다.

알아서도 안되고, 알려고 해서도 안됐습니다. 그것이 음악이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가 헝가리란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헝가리 혁명과 그것을 소재로 한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소간의 갑작스런 데땅트(해빙무드)와 내부적으로도 북방외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눈을 정치가 아닌 곳으로 돌려야 했던 전두환 정권의 소위 3S 정책으로 인해 스포츠, 연예, 영화 등 각 분야에서 국제적인 이벤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86년 서울국제가요제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스마일어게인 - 뉴튼 패밀리

당시에는 해외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스포츠 행사들을 생중계(실시간)로 방송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인 제약도 있었지만, 공산권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최대한 송출하지 않으려고 깨알 같은 노력들을 했기 때문입니다. 국가별 선수단이 입장하는 장면에서 소련이나 중공 또는 북한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갑자기 화면이 정지되거나 노이즈로 가려지면서 '화면조정 중'으로 바뀌곤 했는데, 그런 유치한 짓거리가 당연스레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헝가리 사람들이 대한민국 TV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니, 이 모습을 안방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 이래도 되나?"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젊은 세대는 이미 뉴튼 패밀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이 헝가리 출신이란 사실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바깥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신선했던 건, 국내에서의 인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뉴튼 패밀리가 Smile Again을 우리말로 개사하여 불러주는 팬 서비스를 한 것인데요. 라디오에서만 접하던 백인 미녀가수가, 전혀 공산주의스럽지 않은 옷차림과 표정으로, 게다가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주다니... 이 모습도 무척이나 센세이션 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는 "와~~ 팝송가수가 한글로 팝송을 부르네?"라며 황송(?)해하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뉴튼 패밀리는 이곡 'Love is Magic'으로 수상을 했는데, 도입부의 화려한 키보드와 리드보컬 Csepregi Éva (체프레기 에바, 국내에서는 '에바선'으로 불립니다)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계속되는 인연

해당 가요제에는 독일그룹 '칭기즈칸'도 함께 참가했었는데, 이것을 인연으로 에바선과 칭기즈칸의 리드보컬 '레슬리만도키'는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함께 'Korea'라는 곡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국내에서는 두 사람이 서울에서 만나 연인사이가 되었고, 고마운 마음에 Korea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ALBUM
(좌) 1986서울국제가요제 / (우)앨범 KOREA

이후 에바선은 국내 팬들을 위해 몇 차례 더 내한공연을 하였고, 2019년에는 한/헝가리 수교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뉴턴패밀리의 역할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헝가리는 동구권 국가중 첫번째 수교국이 되었습니다.

에바선 역시 그때 이후로 한국과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오랫동안 헝가리라는 나라를 잊고 지내다가 지난 2019년 유람선 침몰사고 소식을 접하고 많이 안타까웠는데...

모쪼록, 두 나라가 감정 상하는 일 없이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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